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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체X직원 합작로보토미 코퍼레이션 2020. 4. 3. 16:07
오늘도 델릴라는 지휘팀 복도, 늙은 여인의 격리실 문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그녀는 원래 하층에 있는 알레프급 환상체를 담당하는 직원이지만 작업명령이 없는 시간이 되면 구태여 상층까지 올라오고는 했다. 그리고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낸다.
다른 부서에 가거나 다른 환상체의 격리실로 가는 법이 없이 언제나 늙은 여인의 격리실을 찾아오는 이 직원은 언제나 다른 직원이나 관리자의 눈초리조차 신경쓰지 않는다. 규칙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며 할 일을 하지 않는것도 아니라서 심하게 책잡히지 않는 탓이다.
항상 이렇게 델릴라의 하루중 작은 시간은 지휘팀 복도에서 할애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모아두고 보면 사실 아주 큰 시간일 것이다.
그렇게 한 직원의 큰 시간은 의미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델릴라는 사실 늙은 여인의 격리실에 발을 들여놓은 일이 적다.
늙은 여인은 테스 등급의 환상체이고 델릴라는 바브와 알레프급 환상체만 모여있는 기록팀의 팀장이었다. 그러니 델릴라가 늙은 여인을 마주하는 일은 델릴라가 중층을 거쳐 하층으로 내려온 후로 거의 사라졌다. 현재 그녀가 상층에 갈 일이라고는 대부분 제압 지원업무 뿐이었다.
그녀가 그 외로운 환상체를 언제나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라색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묶는 일상의 한 순간이나 다른 환상체를 마주하는 순간에도 계속되는 생각.
다른 직원들은 델릴라가 그런 식으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다가 언젠가 죽고 말 거라고들 하지만 그것을 새겨듣는 일은 없었다. 델릴라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숙련된 인간이고 뛰어난 직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또한 늙은 여인의 탓일 따름이다.
델릴라는 항상 그 외로운 환상체를 생각하며 외롭게 죽은 직원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
델릴라가 처음 L사에 입사하고 이 지부로 오게 되었을 때 그녀는 여타 신입들과 마찬가지로 어리숙하고 겁에 질린 직원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무서운 것들이 들어찬 회사의 모습이나 죽음에 덤덤해지기 전까지 그녀는 늘 겁에 질려있었다.
함께 정보팀에 배정된 다른 직원이 손을 잡고 달래주어도 항상 도망치기 바빴던 그녀였고 작업명령을 받고 나면 격리실로 가는 길이 지옥불이라도 되는 듯이 굴었던 그녀였다.
그런 델릴라가 지금처럼 무감각한 얼굴로 환상체에게 달려들게 된 것은 분명 그 늙은 여인의 수작 탓이다.
직원들을 외로움에 절어 죽게 만드는 그 늙은 여인의......
***
어느 직원들은 늙은 여인의 격리실에 들어가라는 명령을 받으면 유난히 치를 떨며 그 환상체가 하는 이야기는 전부 미쳤다고 한다. 델릴라는 처음에 환상체 기록을 보고 외로운게 어째서 미친거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물론 누구도 그녀에게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고독함이 눌어붙어 절망하는 직원을 봐도, 작업명령에 한탄을 하는 직원을 봐도 델릴라는 그저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껏 늙은 여인은 델릴라에게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델릴라는 늙은 여인의 수많은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구태여 그것을 알아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델릴라에게 공감을 받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리고 외롭고, 고독하고, 슬픈 환상체는 회사의 누구도 모르는 델릴라의 궁금증을 알고 있다는 듯이 붕대로 가린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델릴라는 상대의 텅 비어버린 눈동자를 마주치고 그 외로운 환상체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검은 눈 안에 드나드는 마음을 속삭여주는 걸까. 텅 비어 검은 눈 안에 드나드는 고독감을.
이 직원은 아마 영원히 그것을 알 수 없어 고민할 것이다.
[ 기록말소 ]가 온 몸을 감싸는 고독감에 주저앉아있다가 탈출한 환상체에게 찢겨죽는 순간에도 그 생각을 했으니.
그리고 그런 식의 죽음들은 전부 고작 한 줄의 글로 대체 되었다. 해당 환상체의 '고독'에 걸린 직원들은 일정 시간동안 행동불능상태에 빠짐. 정신적 피해 있음. '고독'에 걸린 상태에서 탈출한 환상체와 조우한 [ 기록말소 ] 는 제압 및 대응 불가로 사망.
델릴라가 과거의 일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 기록말소 ]가 뛰어난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델릴라 본인이 뛰어난 직원이기 때문이다.
델릴라는 운이 좋은 건지 고작 얄팍한 정장 하나를 걸치고 회사를 배회하던 시절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함께 들어온 동기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지만 그녀 하나만은 남아서 이 지부의 최고참 직원이 되었다. 그렇게 뛰어난 직원이 된 지금 어지간한 일에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니 어찌 궁금해하지 않겠는가?
꼭 지금의 그녀처럼 강한 직원이어서 어린 델릴라의 존경을 받던 이를 고독감 따위에 잠식되어 죽게 만든 고요한 이야기를.
델릴라는 스스로가 늙은 여인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 외로움이 옮아도 굳건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알고 싶었다.
그것은 아마 의미가 없으며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궁금증도 아니었으나 여태껏 델릴라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델릴라가 언젠가 그것을 알게 될 때까지 죽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죽음의 공포조차 무뎌진 그녀에게 남은 굳은 의지이다. 직원들이 사망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환상체라는 것을 생각하면 환상체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앞으로도 델릴라를 일어서게 할 것이다.
***
언젠가 중층에서 제압을 실패한 환상체가 상층까지 올라가 회사를 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기록팀장인 델릴라까지 제압에 불려갔으니 그전에 이미 많은 직원들이 죽어나갔을 것이다. 물론 델릴라는 몇 명이 죽었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이미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나씩 신경 쓰고 외워두기엔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델릴라는 할 일이 많았다. 5등급 팀장은 제압이며 작업이며 온종일 명령이 내려왔으니까.
그 날 환상체를 제압하고 난 뒤에 델릴라는 한동안 상층 복도에 주저앉아 있었다.
한바탕 난리가 난 회사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관리자가 다른 명령을 내리거나 부서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으니 그러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지나가던 직원들이 왜 그러고 앉아 계시냐며 말을 걸어도 신경 쓰지 말라고 밀어내고 늙은 여인의 격리실 문에 기대어 있었다.
많은 환상체들이 이 두터운 문 넘어오는데 왜 너는 항상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외로운 거라면 문 하나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째서.
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금, 내가 있는데.
델릴라는 그 순간 격리실의 문을 열고 늙은 여인의 손을 잡아 일으켜 뛰쳐나오는 상상을 했다.
격리실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을 보면 사라질 고독함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게 그렇게 해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을 잡고 함께 달려서 당황스러운 직원들의 얼굴을 본 뒤 사살당해 죽는 걸로 끝나는 그런 슬픔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집착이, 늙은 여인의 집착이 딱 그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델릴라가 자신을 일으키는 궁금증을 내려놓고 죽고 싶어서 인지도 몰랐고 늙은 여인의 외로움을 가여워해서 인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확실한 것은 델릴라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늙은 여인은 자신의 고독감을 채울 수 없는 델릴라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고 델릴라는 늙은 여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한 늙은 여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테니까.
***사실 이런 일상의 반복도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았다.
직원들은 언젠가 죽을 것이고 시체가 사라진 자리에 환상체는 죽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상체가 자의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 그들이 다른 길을 갈 것이며 이 복잡하고 피에 절은 건물을 벗어나 광야로 떠나도 만날 수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늙은 여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델릴라는 몰랐다.
정확히는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임이 맞으리라. 델릴라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늙은 여인과 저의 관계성이나 그것의 유지 따위가 아니다. 그녀에게는 언젠가 늙은 여인이 다른 직원들이 고독감에 무너지게 만들었던 공허한 이야기 한 번을 자신에게 해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늙은 여인은 그녀에게 텅 빈 눈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격리실에 가득하게 들어있는 외로움이며 슬픔 따위의 것을 직시하게 만들고자 오래도록 쓰다듬던 자신의 안경을 씌워주지도 않는다.
오래가지는 못할 일상을 그저 반복하게 하는 것이다.
***
그렇게 델릴라는 오늘도 상층에 올라올 기회가 생긴 김에 늙은 여인의 격리실 문에 기대어 앉았다.
어느 정도 지휘팀에 있었던 직원들은 이제 그녀를 쌓인 짐이라도 된다는 듯이 지나치고 늙은 여인의 작업을 명령받은 직원만이 슬쩍 양해를 구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델릴라는 다시 그 앞에 무릎을 끌어안고 있다.
사실 델릴라가 늙은 여인의 작업실에 들어가고 싶다고 여기는 시간은 매일 찾아온다.
관리자에게 구태여 요구하고자 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한 번 거절된 이후 다시 요구하지는 않았다. 델릴라는 위계질서에 반발하는 직원이 아니었다. 관리자는 직원이 환상체에게 홀리는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하는지 델릴라에게 늙은 여인의 작업을 맡기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델릴라가 지휘팀 복도에서 발견될 때마다 직원들은 정말로 그녀가 격리실의 문을 열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하지만 델릴라는 자신이 격리실의 문을 열어도 늙은 여인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을 알았다.
***
늙은 여인은 종종 제 격리실 앞을 서성이는 델릴라의 기척을 눈치챈다.
그리고 델릴라는 또 그것을 알고 있다. 부산스러운 기척이 매일 반복되서야 모를리가 없을테니.
그럼 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혹시나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않는것은 내가 이렇게 매달려오기 때문인가.
내가 결단코 저 환상체의 외로움을 해결해 줄 수 없어서.
언제나 겁에 질려있어서, 너무 겁이 없어서.
그러니 나는 언제나 외로운 법이 없는 인간이니까.
외롭지 않은 사람이 외로운 누군가를 위로할 리가 없으니까.
늙은 여인이 하는 오래된 옛날 이야기 한 번을 듣고 나면 그때는 이곳에 엄청난 보물이라도 숨겨둔 마냥 찾아올 리 없기 때문에.
그럼 누구도 스스로 이 진득한 슬픔이 들어찬 방에 찾아와 그 문에 슬쩍 기대어오지 않을테니까.
환상체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니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너무 한정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델릴라는 자신이 한심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금새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늙은 여인이었으면 이런 '델릴라'에겐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고 싶지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델릴라는 자신도 늙은 여인에게 나름 특별한 직원일거라 믿어의심치 않고 그래서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거라고 여긴다. 자신은 궁금증 해결한 뒤에는 늙은 여인에게 완전히 관심을 거둘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만 존재한다면 나는 그나마 문 앞까지 이 환상체를 만나러 올 것이다.
추측으로만 이루어져 의미도 없는 생각들.
그러나 델릴라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 의미없는 추측들이 전부 엉터리라는 것.
말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는 상대가 자신을 특별히 여길거라고 생각하는건 자신이 그를 특별히 여기기 때문이며 어떠한 마음이 쌍방향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욕심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델릴라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뛰어난 직원이고 직원들은 환상체에게 사적인 감정을 가져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 늙은 여인이 델릴라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 부질없는 반복행동이 끝날 것을 알아 그녀를 내버려둔다는 사실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중에 하나이다.
델릴라가 진실을 알 수 없는것은 애당초 전제가 틀려먹어서다. 델릴라는 자신이 외롭다는 것을 모르니 누군가에게 매달릴 것이라는 생각도 당연히 하지 못 했다. 그것은 오만이나 독선과도 같은 생각의 흐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델릴라를 탓할 문제는 아니었다. 천성이 그러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델릴라는 비틀어진 삶을 사는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여길 수 없을 따름이다.
그도 그럴게 사람의 외양으로 보기에 조금 기괴해진 몸이며 시체따위가 친숙하고 정겹게까지 느껴지는 정신이 어떻게 사랑스러울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똑바로 사랑할 수는 없으며 어떤 종류의 사랑도 없는 사람이 무리에 바르게 어울릴 수는 없다. 애당초 이곳에 정신이 똑바른 무리가 있던가. 제대로 된 무리안에 들어있지 않은 인간이 외롭지 않을리 없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가장 외로운 환상체가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모를리 없었다.
***
델릴라가 멍청한 이유로 늙은 여인에게 찾아가는 동안 아마 그녀는 그 환상체에게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격리실 문을 앞에 두고 서서 닿지도 못할 것을 갈망하니 그 마음이 커지기만 했을 것이나 본인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미약한 망상의 흐름에 따라 이 환상체와 자신이 서로에게 조금 특별한 존재가 되었으리라고 믿을 뿐.
늙은 여인의 마음이 어떠하더라도 델릴라는 늙은 여인을 특별히 여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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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릴라는 과거에 자신이 언제나 겁에 질려서 달아나기 바빴기에 외로울 틈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겁에 질리는 일도, 달아나는 일도 생기지 않으니 홀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어 외로울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야만 하고 그렇지 못함에 있어서 미치는 것인데.
이미 이 괴상하고 비틀린 세계에 익숙해지다 못해서 일부가 되어버린 인간들이 그것을 잊었으나 되려 인간이 아닐 늙은 여인은 그것을 알았다. 마음 속 깊이 들어있을 외로움, 고독감에 있어서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존재이니 그것이 인간의 것이어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더 이상 겁먹지 못하고 도망칠 수 없게 된 델릴라를 가여워하는 것인지, 스스로의 뜻도 모른 채 인간도 아닌 것에 매달리는 델릴라를 가여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되려 미워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늙은 여인은 델릴라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리고 늙은 여인이 델릴라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안 결코 이 의미 없는 일상이 끝나지 않는다.
늙은 여인은 그 마음을 이해하는 한 델릴라의 발악을 틀어막지 않기때문에.
델릴라는 영원토록 자기 마음속의 외로움을 스스로 인지할 수가 없기때문에.
모르고 있는 감정 따위의 해답을 찾아낼 방법은 없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한 델릴라는 지휘팀 복도로 향하는 자신의 발걸음을 막지 않기 때문에.
델릴라가 늙은 여인의 격리실 문에 꿇어앉아 있는 이상 어떠한 발전도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꿇어앉아 있는 이상 늙은 여인의 이해를 받지 못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끝없는 악순환이 전부 델릴라가 굴러가는 톱니바퀴에 몸이 찢어지고 갈려나가는 순간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
델릴라는 오늘도 지휘팀 복도, 늙은 여인의 격리실 문에 기대어 앉아있다.
***
굴러가는 톱니바퀴, 죽은 몸이 울었다.